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영화를 본 지가 한 달이 다 돼 가고, 심지어 아카데미가 끝난 지도 1주일이 다 돼가건만, 그 지독한 귀차니즘+밀린 일 때문에 이제야 부랴부랴 올리게 됐다. (아아... 진짜 나의 지병 귀차니즘 ㅠ.ㅠ)

영화를 보고 와서 "드디어 대니 보일이 정신을 차렸어!"라며 광분하고, 바로 며칠 전에 봤던 <벤자민 버튼>의 실망스러움에 대한 반대급부였는지, 메신저에 떠 있는 만인들에게 꼭 봐야 되는 영화라고 추천에 추천을 거듭했건만, 사실 골든글로브는 탈 만 하지만 아카데미는 무리가 아닐까 생각했었다. 우선 내 취향이 워낙 괴상하고 마이너적인지라, 이렇게 딱 맞아떨어지게 내 취향인 영화가 아카데미를 탈 리가 없다고 생각했었고, 게다가 나름 미묘하게 세계화를 비꼬는 면이 있는지라, 보수적인 아카데미가 이 영화를 밀 가능성은 굉장히 적다고 봤기 때문. 한편으로는, <벤자민 버튼>은 <포레스트 검프>의 재탕같은 측면이 없지는 않으나 나름 아카데미가 좋아할 만한 주제라서 아카데미는 이쪽으로 갈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. 스캇 피츠제럴드는 나름 쌀국인들이 좋아라 하는 작가이기도 하고.

허나, 결과를 열어보니... 심사위원들도 <벤자민 버튼>에 대해서는 (의상상 분장상 이런거만 잔뜩 준 걸 보니)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한 모냥이고, <밀크>나 <프로스트/닉슨>은 아무래도 위험하고, <리더>는 골든글로브에서 후보에 못오른 작품이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타기에는 좀 그렇지 않으려나~ 싶었는데, 역시나 그랬던 듯. 허나, 무엇보다도 <슬럼독>이 주요부문을 휩쓸 수 있었던 건 "세계화"를 향한 헐리우드의 굳은 의지 덕택이 아닐까 싶다.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아예 올해의 주제는 "세계화"라고 못을 박았고, <슬럼독>의 소개는, "인도의 신"으로 불린다는 볼리우드 스타 샤룩 칸이 맡기도 했고. (실제 영화에는 출연하지도 않았음에도 말이지. 사실, 이 아저씨를 느무느무 사모하는 내 친구 J모 양이 "우리 오라버님이 인도의 신이야, 신!!"이라고 절규할때 그 아무도 믿지 않았건만.... 나중에 인도에서 오신 미국 심사위원이 진짜라고, 쟤 인도의 신이라고 확인사살을 해주셨다... --;) 이 아저씨가 시상식에 나오길래 이분도 헐리우드 진출하나? 라고 잠시 생각했으나, J모 양에 따르면 언어적 장벽으로 인해, 정식 진출은 안 하겠다고 했단다. 하여간, 골든글로브만 그랬던 게 아니라 아카데미도 세계화와 관련해서는 비슷한 판단을 내린 게 아닐까.

영화로 말할 것 같으면 어찌 보면 일확천금스토리에 뻔한 신파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지만, 그런 뻔한 스토리 속에 숨겨진 씨니컬함이 돋보이는 일종의 하이코미디(?)랄까. 결국 <슬럼독>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의 암울한 생애가 역으로 대박을 터뜨리는 계기가 됐으며, 그리고 이러한 대박과 암울한 생애의 뒤에는 세계화 속에서의 인도의 정치/사회/문화적 배경이 딱 버티고 있다. 안 그런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세계화를 조롱하고 있는 부분을 찾아보는 게 묘미랄까. 일단 내가 찾아본 건 다음의 몇 가지다.



스포가 있을지도.... ;;




영화 스토리 밖으로 나가 보면, 이런 제작방식의 영화는 얼핏 보면 인도영화의 헐리우드 진출이라거나, 헐리우드가 문화적 다양성을 수용한다는 점으로 볼 수도 있지만, 사실 이런 방식은 전 세계적으로 헐리우드의 영향력/점유율을 키우는 결과만 낳을 확률이 크다. 헐리우드가 진정으로 세계의 문화적 다양성을 수용하려면, 다른 나라의 컨텐츠를 사다가/혹은 볼리우드같은 로컬 장르를 차용해서 헐리우드식으로 자기네 입맛과 문화적 가치에 맞게 만들 것이 아니라, 외국 영화를 직접 수입해서 관객들에게 보여줘야 한다. 사실, 우리나라 배우들이 헐리우드 영화에 캐스팅되는 걸 마냥 좋게만 바라볼 수 없는 것이, 헐리우드는 그 배우만을 보고 캐스팅하는 게 아니라, 그러한 캐스팅이 끌어들일 잠재적인 한국관객수까지 함께 사는 것이기 때문. 뭐.... 어떻게 보면 세계화를 지향하는 헐리우드에 아아~주 바람직한 제작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아카데미 심사위원들의 이쁨을 받은 걸지도.

처음 영화를 보고 사람들한테 강추를 해 줄 때는, 이게 우리나라에서 먹힐 만한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언제 개봉이 될 지도 모르고, 대규모 개봉은 어려울 거라는 말을 들었는데, 그래도 어찌어찌 개봉일정은 잡힌 모양이다. 간만에 나온 정말 괜찮은 영화인 듯 하니, 부디 잘 됐으면 하는 바람. (뭐... 이런 영화를 만들고 밀어주는 헐리우드의 꼼수는 빈정 상하지만... 물건이 워낙 좋으니께 --; ) 만듦새는 어찌보면 <물랑루즈>에서의 바즈 루어만 삘이 많이 나는데, 그런 풍 우리나라에서 잘 먹히지 않았던가?

하여간 마지막으로 엔딩크레딧 장면. 역시나 볼리우드 삘 팍팍 나고. 이 사운드트랙도 중독성 끝장이다. (빨리 주문해야 되는데 무슨 책을 넣어서 25불을 채우나... 쩝) N모 언니와 나는, 아무래도 J양의 호들갑만 아니었더라도.... 우리는 볼리우드 팬이 됐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. ㅋ

배경음악은 아카데미 주제가상 수상작 "Jai Ho".
화면비율 맞는 거 어디서 찾아놨었는데... 저작권 땜에 줄창 지워져서 남아있는 건 이모양이다 --;



2009/03/01 13:06 2009/03/01 13:06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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